오직 소비자 입장에서 대박난 동네 이발소 영업 전략 파악하기
요즘 아파트 경매도 공부하고 상가 수익률, 상권 등도 공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카페는 얼마나 잘되는지, 동네에 미용실은 얼마나 많은지, 월세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자주 알아보고 있다. 나는 장사를 할 기술과 전략은 없지만 장사 잘 되는 집들은 항상 그 비결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가 레드오션이라고 하는 것들에서도 블루오션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남편과 아이가 자주 가는 동네 이발소이다. 우리 동네 남성 전용 이발소는 주말에는 거의 백 명은 자를 것 같이 사람이 많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내가 파악한 동네 이발소의 영업 전략이다.
가격
일단 첫번재는 가격이 중요하다. 가격은 어른 10000원, 아이 9000원이다.
남자들은 미용에 관심 있어서 바버샵을 찾아다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커트를 해야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남편은 머리가 워낙 빨리 자라서 3주에 한번 정도는 이발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적당한 가격에 적당히 잘라주는 곳을 원했다. 요즘은 물가도 비싸고 월세도 비싸서 인지 남자 머리 커트도 싸면 15000원, 비싸면 25000원 정도 이다. 그런데 항아리 상권 신도시 중심상가 1층에서 성인 10000원에 커트가 가능하니 온 동네 아저씨들은 다 모이는 것 같다.
기술
싸기만 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사장님의 실력도 좋다.
남자 머리는 다 비슷비슷하고 쉬울 것 같지만 은근 까다로운 남편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면 사장님의 실력은 일단 웬만큼 이상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남성 전용 6000원으로 이슈가 되었던 이발소 체인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곳은 가격만 싸고 잘 못 자를 거 같은 느낌을 많이 줬던 것 같다. 실제로 그래서 그런 느낌이 생긴 건지 싸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창 많이 보이다가 요즘에는 잘 안 보인다. 싸기만 하다는 느낌을 주면 사람들은 별로 안 찾는 것 같다.
서비스
다른 서비스는 없다. 머리도 손님 스스로 감아야 한다. 이건 가격이 싸니까 얼마든지 이해할수 있다. 그리고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점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는 점이다. 그냥 똑같은 스타일로 짧게 잘라주면 되는데 미용실은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부터 시작해서 '어디 사세요' 기타 등등 자주 보지도 않을 사이에 말 거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하다. 요즘 사람들, 그리고 남자들에게는 말 걸지 않는 것이 최적의 서비스인 것 같다.
상권
앞서 말했듯이 항아리 상권의 1층에 위치한다. 그런데도 손님이 항상 바글바글 했기 때문에 월세가 비싸도 얼마든지 잘될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이제 아파트 상가로 옮겨간다고 했다. 저 이발소 사장님이 못 견딜 정도면 월세가 너무 비싼 건가, 상가 주인이 나가라고 한 건가, 손님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서 옮기나, 옮기면 손님이 줄어들면 어쩌나 우리 부부가 뭔가 더 걱정을 했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나름의 영업전략이 아니었나 싶었다. 동네 아저씨들을 만족시킬 실력과 가격은 겸비하고, 중심상가에서 풍부한 유동인구에게 본인의 실력을 보여준 뒤, 월세가 싼 곳으로 이동하면 단골들이 따라올 거 같다. 백 프로는 아니라도 이미 단골이 된 손님들은 근처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가는 이 이발소 사장님을 따라갈 것 같다. 이제 9월부터 옮긴 곳에서 영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또 가서 봐야겠다. 그 많은 손님이 지리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 옮겨올지 아니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무조건 좋은 것인지를 말이다.
아니면 월세를 좀 적게 내고 적게 일하는 것이 순수익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더 나을 수도 있다.